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캡틴아메리카:시빌워'가 개봉해서 후다닥 보고 왔습니다. 예약을 해놓고 얼마나 이날을 기다렸는지!! 다 보고 느낀 여러가지 생각이므로 영화를 안보신 분은 뒤로가기를 추천합니닷. 기존 마블영화와의 차이를 몇가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1. 히어로 vs 히어로  : 선과 악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안타까운 싸움

히어로물의 고전적인 특징이 무엇인가요? 

바로 어마어마한 적을 앞에 두고 능력자인 히어로가 고군분투하다가 마지막에 팡팡팡 물리치는 그런 통쾌한 스토리가 아닐까요? 완전'선'과 극한의 '악'의 대결이 대부분 히어로물의 줄거리가 됩니다. 히어로물의 근원(?)인 슈퍼맨부터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기타 등등 대부분 그런 대결구도를 유지합니다. 어벤져스2에서도 히드라라는 초강력 나쁜넘들을 물리치기 위해 울트론을 만들어내고 이 울트론이 폭주하면서 세계 멸망의 미래가 다가오자 히어로들이 힘을 합쳐 물리치는 내용이었죠. 


이번 '캡틴아메리카:시빌워'에서의 갈등 양상은 이런 기존의 히어로물들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갈등은 히어로들 사이에서 발생합니다. 단순히 정리하자면.


큰 싸움에 희생되는 죄 없고, 평범한 사람들을 보며 큰 힘에는 통제가 필요함을 주장하는 아이언맨

VS

특정 기관에 종속되는 것은 오히려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히어로 개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신뢰하는 캡틴아메리카



히어로들의 싸움은 그 자체로도 눈요기가 됩니다. 공항에서의 전투에서는 히어로들의 각종 기술들이 펼쳐지며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죠. 하지만 이 싸움에는 어느 한 팀을 콕 찝어 응원할 수 없는 난감함이 발생합니다. 두 그룹 모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아끼는 동료와 싸움을 벌이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일방적인 승리를 기대하며 보게되지는 않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잔인하게 죽인 사람이 버키라는 사실을 알게된 아이언맨,

그리고 정신을 지배당해 살인을 저지를 수 밖에 없었던 버키와 아이언맨의 싸움을 막으려는 캡틴아메리카

이 대결은 정말 마음이 찡 하더라구요. 둘다 다치는거 싫어 ㅠㅠ


물론 이성적으로는 버키가 어떤 악의를 가지고 토니스타크의 부모님을 살해한 것은 아니므로 복수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감정적으로 보면 부모를 죽인 이유가 무엇으로 용서될 수 있을까요. 어느 한쪽 물러설 수 없는 아이언맨과 캡틴아메리카의 치열한 싸움이 굉장히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여기서 이 영화의 뛰어난 점은 인기많고 매력적인 두 히어로의 대결을 다루면서도, 정당성과 힘의 균형을 참 적절히 가져갔다는 점입니다. 납득되지 않는 인물 없고, 한 쪽으로 치우치는 모습도 없이 재미있는 스토리를 잘 가져가다니!



2. 세계 정복의 야망을 가진 악역에서 벗어남

마블 히어로물에서 주로 등장하는 악역들은 어떤 최고의 무기나 힘을 얻어 세계를 정복하거나 멸망시키려는 극한 '악'인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렇게 세계를 갖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넘들이 많음...ㅋㅋ 시빌워에 등장하는 악역도 처음에는 윈터 솔져들을 깨워서 세계 제패를 꿈꾸는 것 같았습니다. 허나 알고보니 어벤져스2 소코비아 전투에서 아무 잘못 없이 가족을 잃은 한 남자의 원한에서 나온 복수극이었네요. 어벤져스2에서 히어로들이 승리를 얻어 집으로 돌아갔을 때, 부둥껴 않고 죽은 가족들을 발견한 한 가장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생각해보면 옳지 않은 행동이 정당화까지는 되지 못하겠지만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는 악역 캐릭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악한 인물들에 대해서도 본성이 악한 것인가 아니면 상황이 '악'을 만드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고 생각됩니다. 


3. 작은 희생에 대한 고민

히어로 영화들을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갑니다. 중요 인물들이 아니더라도, 지나가던 행인, 건물에서 일하던 사람들, 히어로의 스피드 질주에서 일어나는 많은 차사고들 등등. 하지만 결국 악역이 죽고 히어로가 승리하면 그런 사소한 죽음들은 잊혀지고 무시됩니다. 큰 선을 위한 작은 희생 정도로 취급대죠. 하지만 이번 시빌워에서는 그런 희생당한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줍니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영웅들에게 이야기하죠. 

"너가 구해낸 세상은 무엇이냐, 내 세상은 이미 너로 인해 끝이 났는데."  


사실 세상에 이런 일은 많습니다. 회사의 존립을 위해 구조조정 되는 직장인들, 나라를 위해 파견되는 군인들, 유해한 환경 물질을 처리하기 위해 목숨걸고 일하는 사람들 등등. 우리들 대부분 평범하고 소박하게 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작지만 큰 희생들에 고민하며 살 필요가 있겠죠. 육룡이 나르샤라는 드라마에서 이성계가 큰 전투에 승리하고서도 수많은 전우들의 희생을 밟고 이긴 것이 승리라고 말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부분이 나왔던게 생각 나더군요. 



4. 새로운 스파이더맨의 탄생

스파이더맨 하면 누가 떠오르세요? 저에게 영원한 피터 파커는 요 사람이에요. 약간은 찌질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힘에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점점 성장하는 2002년 피터 파커가 저에겐 스파이더맨 그 자체로 기억되네요.



2014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리부팅되어 새로 나왔지만, 좀더 탄탄해진 쫄쫄이 말고는 특별히 인상깊게 남지 못했습니다. 



분명 재미있기는 했지만 2002년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는 캐릭터와 스토리가 크게 마음에 남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리부팅이라는게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나서 만들던가, 아니면 원작과의 차별성을 두어 새로운 매력을 만들던가 해야할텐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개별적으로 기억될만한 특징이 없었던 것 같네요. 다크나이트 같은 경우는 원작 배트맨과는 완전 차별화된 모습으로 엄청난 호평을 받았었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빌워에서의 스파이더맨은 좀 더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스파이더맨 원작 스토리 상 단독 영화에서는 저런 캐릭터로 나오기 어렵겠지만, 이미 개성 넘치는 강력한 히어로들 사이에서 새로운 입지를 다지려면 이번 영화에서처럼 어리고 촐싹맞고 순수한 캐릭터가 아주 매력있고 어울렸습니당. 앤트맨과 함께 소소한 유머 코드도 살려주시고. 싸우는 상대 히어로들 보고 계속 감탄하는 모습이 엄청 귀여웠음!!






전반적으로 이 영화는 평범한 사람들의 희생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고,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의 고뇌를 그려줍니다. 이렇게 많은 캐릭터들이 자신의 개성을 톡톡히 드러내면서 어색함없이 행동이 이해될 수 있다니, 그런 점에서 참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마블 영화는 자신만의 독특한 성을 구축해나가고 있습니다. 정통 히어로 스타일의 캡틴아메리카, 자유로운 영웅 아이언맨, 희대의 또라이 데드풀, 이건멍미 귀여운 히어로 앤트맨, 그냥 '신'인 토르, 알파고의 아부지같은 초특급 선한 인공지능 비젼, 어마어마한 돌연변이 집단 엑스맨(어벤져스 시리즈는 아니지만), 가난한 영웅 스파이더맨(마블에서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니지만) 등등 이미 수많은 영화를 통해서 캐릭터 각각에 고유의 성격을 불어넣었고, 관객들의 애정을 사로잡았기에, 이번 영화에서는 개별 등장인물에 대한 과거나 성격을 일일히 설명하고 있지 않습니다(그런 의미에서 전작들을 보지 않고 이 영화를 보는 것은 완전 비추). 


관객들이 이미 그들을 잘 알고 있다는 가정 하에 영화의 스토리가 펼쳐지죠. 개개인의 행동에 대한 인과관계를 부여하기 위해 그 배경을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없기에, 2시간 30분이라는 긴 런닝타임이 알찬 내용으로 짜여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버키와 캡틴아메리카의 과거 회상씬이 없더라도 영화는 관객들이 그들의 애뜻한 관계를 알고 있을 것이라 가정하고 있지요. 따라서 좀 더 재미있게 시빌워를 보고 싶으시다면 아이언맨1, 앤트맨, 캡틴아메리카1&2, 어벤져스1&2 를 보시고 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시간이 난다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토르도...ㅋㅋㅋ끝없네...얘들은 안봐도 괜찮음!)  





마지막, '배트맨vs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과의 간단히 비교



뭐 비교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되지만 최근에 나온 히어로vs히어로의 이슈작이었기 때문에 잠깐 이야기해 봅니다. 

두 히어로의 대결을 제목으로 그럴듯하게 예고편을 만들어 1년간 설레게 해놓고, 싸우는 개연성도 없고, 화해하는 이유도 터무니 없었던 '배트맨vs슈퍼맨'.. 너네 왜 싸우니?.. 그리고 또 급 화해 '우리 엄마도 마사야~ 칭구하자' -_ -;;  아무튼 시빌워의 KO승!!

 



암튼! 항상 그렇듯 재미있는 마블 영화!~ (음..솔직히 어벤져스2는 엄청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최근에 대드풀과 앤트맨은 아주 재미있게 보았으므로 마블 영화 3연타 성공!) 그리고 많은 분들이 그러시겠지만 이제 마블 영화는 스토리가 쫌 떨어져도 캐릭터에 애정이 생겨서 왠만하면 재밌는 것 같아요! :)



주절주절 이야기가 많았는데 요기서 그럼 안뇽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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