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중고서점에 책 매입한 이야기


일단 나에게 책을 팔아 넘긴다는 사실은 엄청난 일이었다. 읽고 싶은 책은 사서 읽어야 했고, 한번 내 책이 되면 초등학교 1학년 때 읽었던 책도 못버리고 쌓아두었다. 어무니가 친척 동생들에게 몰래 전집같은 것을 넘겨주면 엄청 툴툴거리면서 슬퍼하곤 했다. 그냥 책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엄청난 소유욕을 가지고 있었달까. 그러다 요즘 점점 안읽는 책들에 대한 욕심이 줄고,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도 좋게 되면서 서서히 책장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없는 책을 끼고 사는 것도 헛된 욕심인 것도 같고.


그리고 가야금 악보 사러 강남 교보문고에 갈까 하다가 알라딘 중고서점이 생각나 몇 권 팔아보기로 결정했다. 안 읽는 책을 팔아서 필요한 책을 사면 왠지 보내는 책들에게도 덜 미안하고 가치를 지켜주는 그런 느낌이었달까?


아무튼 처음에는 완전 후질후질한 책을 넘기려고 했는데 알라딘 중고서점에도 매입이 가능한 책들이 따로 있더라



아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매입 가능한 책과 매입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http://used.aladin.co.kr/usedstore/wgate.aspx







동생이 고등학생때 자소서 쓰면서 샀던 '외교관은 국가대표 멀티플레이어'라는 책을 검색해보니 최상품의 경우 3000원!

나도 한번 읽어봤었는데 나름 재밌다. 외교관을 꿈꾸는 중고등학생에게 좋은 책이 될 듯!

허나 동생이나 나나 앞으로는 읽을 일이 없으므로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책이 되길 바라며 빠싱! 





매입이 가능하면서 앞으로 절대 안 읽을 책들을 모아보았다.

외교관은 국가대표 멀티플레이어 -동생꺼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선물받았었는데 갠적으로 자기계발서 별로 안좋아한다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 독종으로 살고 싶지 않음!!

4개의 통장 - 처음 직장인이 되어 돈관리 하겠다고 샀으나....

정치학으로의 산책 - 부끄럽지만 잠시 행시 준비할까 하던 때...

과학혁명의 구조 - 고딩 때 논술 시간에 산 책 ㅎㅎ

대한민국 낭만기차여행 - 내일로 갈까 해서 샀는데 책 별루다


빛깔이 있는 학급운영1,2,3 

철학 콘서트 - 동생껀데 팔아버리기 ㅋㅋ

이창호의 정통 바둑 - 바둑에 관심 가졌을 때 잠시..



요 책들을 가방에 넣구 씬나게 알라딘 중고서점 강남점으루 출바알~!





강남역에서 친구 기다릴 때 여기서 책보면서 기다리면 무지 좋다. 교보문고보다 더 좋은 점은 만화책이 비닐 포장 되어 있지 않다는 거 ㅎㅎㅎㅎㅎ 맨날 구경하러만 갔었는데 이제 팔러 슝~!





계산대에 올려놓으면 한권 한권 찍으면서 가격을 확인한다. 

확인 다 되면 현금으로 바로 준다







짜진~~~ 총 28,500원~!

왠지 뿌듯 ㅋㅋ




매입 가능이라고 떠서 가져간다고 꼭 팔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들 세권은 재고가 너무 많아서 안받는다고 해서 못팔았다.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정치학으로의 산책,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갖고 싶은 사람은 말하세용 ㅎㅎ 후불로 보내줄 의향이 있음






돈도 생겼으니 가야금 악보를 구입해볼까!

황병기 침향무를 사려고 했는데 알라딘에 똭 하고 황병기 악보들이 3권이나 있었다. 

새로운 가야금 교본까지 총 4권을 완전 저렴하게 구입했다.

황병기 악보들도 다 3천 얼마에 사고 해서 총 17,500원 들었다.




두꺼바 두꺼바 헌집줄게~ 새집다오~ 한 기분!

헤헷



그리고 요즘은 침향무 악보를 가지고 열씨미 가야금 쌍튀김을 연습하고 있다.

후훗:)




책사고 받은 봉투가 이뿌다 

기형도 봉다리



기형도 하면 우울함이 떠오른다. 기형도는 지독한 가난을 시의 원천으로 삼아 글을 썼다고 배운 기억이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힘들게 생계를 지켜나갔다고(그와중에 중고등학교 수석 졸업, 연대 장학생...). 천재였다고 여겨지지만 서른이 되기 전 혼자 심야 극장에 갔다가 뇌졸증으로 쓸쓸하게 요절했다고 한다. 사후에 그에 대한 평가는 아름답지만 생전에는 황량하게 살았던 왠지 예술가다운 슬픈 생이랄까


고등학교 때 기형도 시를 처음 접했을 때 뭣모르지만서도 슬프게 느껴졌던 

기형도의 엄마 걱정이라는 시를 마지막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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