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후기 ① - 일본인, 그 상냥함에 반하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어떤 여행이든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것을 봄으로써 배우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 일본 여행은 저에게 많은 배움과 감동을 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기록하고 싶은 내용은 일본인들의 '친절'에 관한 것입니다. 일본은 여행을 한번 다녀오면 이미지가 많이 좋아지는 나라라고 합니다. 여행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 식당 점원이나 안내원 버스 기사 아저씨들은 물론 지나가는 행인들까지도 친절하고 상냥하게 낯선이를 맞이 해줍니다. 이번 여행에서 이런 상냥함에 몇 번을 크게 감동했네요.




둘째날 아사히 맥주 공장 견학을 가야했는데 예약시간이 늦어 택시를 잡았습니다. 근데 맥주 공장이 근처까지는 차로 가기 쉬운데 바로 앞에서 내리려면 기찻길을 삥~ 둘러서 가야해서 돈이 많이 추가되는 위치에 있었어요. 기사님은 조금만 걸어가라며 적당한 지점에 내려주시려고 하셨는데, 기찻길을 돌아가면 택시비가 많이 추가 되니 이 정도 위치에서 내려 조금만 걸으라는 뜻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딱 봐도 여행자인 우리가 길을 잘 못찾아갈까 걱정 되셨는지 결국은 미터기를 끄고 기차길을 삥 둘러 바로 공장 앞에 세워주셨습니다. 택시는 시간이 돈이잖아요. 목적지까지 손님을 태워다주고 그만큼의 요금을 받는게 직업인데, 일을 하는 와중에 생면부지의 외국인들을 위해 돈을 추가로 받지 않고 목적지 바로 앞에 내려주는 친절은 그냥 겉으로 나오는 것이 아닌 진짜 '배려'로 느껴졌어요. 그러고도 비맞지 말라고 건물 내부에 내려주시고 본인은 돌아서 가셨네요. 말과 문화가 모두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받는 한번의 배려는 큰 감동이 되더라구요. 





또 마지막 날 찜질방을 나와 하카타 역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 엄청나게 많은 눈이 내리면서 도로에 눈이 쌓여 셔틀을 운행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당장 근처에 버스나 지하철이 없는 상황에 택시를 부르려 했더니 택시도 없다는 것입니다. 일단 걸어야겠다 해서 무작정 공항 쪽을 향해 걸었네요. 가끔 택시가 지나갔지만 모두 사람이 타 있었고, 시간이 조금 지나 겨우 빈 택시를 잡아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택시 아저씨가 출발하고서도 미터기를 켜지 않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뒷자석에 앉은 우리는 불안한 눈빛을 주고 받았지요.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아 눈 오는 날이라 택시가 귀한데다, 공항을 향하는 외국인들이니 미터기를 켜지 않고 덤탱이(?)를 씌우려나보다!ㅠㅠ' 사실 한국에서 몇 번 그런 경우를 당한 적이 있었거든요. 택시 잡기 힘든 새벽이나, 시골에서 미터기를 켜지 않고 비싼 요금을 청구한 적이. 그런데 우리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택시는 어느정도 간 후 유턴을 해서 공항 쪽 방향을 향한 다음에야 미터기를 켜더라구요. 목적지에 가는 방향이 된 다음에서야 미터기를 켜신 친절of친절 택시 기사님께 그런 오해를 ㅠㅠ 밖에는 택시 타려고 서성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충분히 손님을 고를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일본 택시는 일관성을 잃지 않더라구요. 택시는 일본을 떠나기 직전까지 우리에게 또다시 감동을 주었습니다. 



버스나 전차 기사님들도 항상 친절 끝판왕이었습니다. 짧은 일본어로 항상 물어보며 탔는데요, 언제나 친절하게 대답해주니 점점 걱정도 줄어들더라구요. 특히 시마바라에서 만난 버스 기사님이 기억에 납니다. 시마바라 항에서 구마모토 행 페리를 타야하는데 2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근처에 시마바라 성을 들렸다 오려했는데 시마바라는 정말 시골이라 버스도 별로 없고, 정보도 많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그 쪽 방향 버스를 잡고 "시마바라 캐슬 유키노 바스 데스카??"를 외쳤습니다. 근데 캐슬을 잘 못알아들으시더라구요. 출발해야하는데 저는 아저씨 말을 못알아듣고, 아저씨는 제 말을 못알아 들으시고, 정말 눈치보이고 난감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성 모양을 손으로 나타내니 기사님도 같이 성 모양을 ㅅ자로 그리면서 바디 랭기지로 소통했습니다. 정차해있기에 짧은 시간은 아니었는데도, 표정 한번 찌푸리지 않고 저와 바디 랭기지로 대화해주신 기사님께 감사를 ㅠㅠ 그리고 마지막에 도착지에서도 안내릴까봐 챙겨주시더라구요. 


저도 제가 일을 해보니 이게 얼마나 힘든건지 알겠습니다. 사람이 놀 때야 여유가 생기지, 사실 직장에서 일할 때는 짜증도 잘 나고 여유도 사라질 때가 많습니다. 일을 하고 계시면서도 그 많은 사람들에게 친절함을 보여주시던 택시와 버스 기사님들, 완전 존경하게 되었답니다. (내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를 외치던 버스아저씨들은 정말 싱기방기)


   

어디를 가나 친절한 직원들의 모습에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 되었습니다. 아사히 맥주 공장 견학을 안내하시던 분의 생글생글하고 씩씩한 모습이 기억이 납니다. 일하면서 어떻게 저렇게 즐거워 보이나 싶었던 분이었네요. 



여행객들이 시외버스를 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기차는 정보라도 정확히 나오는데, 시외버스는 도통 인터넷에 시간표도 잘 안나오고, 정류장 위치도 구글 지도로 안나오고 해서 물어 물어 확인할 일이 많았습니다. 위의 사진은 운젠산에 있는 작은 버스 터미널입니다. 운젠 지옥을 둘러보기전에 이 버스 정류장에서 시마바라까지 가는 버스 시간표를 확인해야 했지요. 안에 계시던 직원은 우리가 손에 들고 있는 쓰레기도 자신이 버려주겠다고 가져가고, 부탁하지 않은 버스 시간표 종이를 쥐어주며 우리에게 또다시 에너지를 팍팍 주셨습니다.  




일본은 봉사와 서비스 문화가 확실한 것 같아요. 이렇게 기차를 타는데도 비가 내리니 우산을 펴들고 끝까지 비를 막아주시던 승무원분. 물론 이런 서비스를 한국에서도 받고 싶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힘들어 보였는데도 계속 웃으며 한 명 한 명 인사해주던 그 에너지에 감동을 받았을 뿐! 



일하시는 분들 뿐만 아니었어요. 하카타 버스 터미널에서 버스 타는 게이트를 몰라 찾는 우리를 위해 뛰어다니며 길을 알아다 준 학생들(마지막에 버스 타니 손도 흔들어주며 인사~>0<), 일본어를 잘 못하는 우리를 위해 대신 콜택시를 불러주신 아저씨, 완전 시골 다카치호에서 길을 잃은 우리에게 자신이 데려다 줄테니 따라오라던 카센터 여자분(결국 너무 미안해서 그렇게는 못했지만), 일본 찜질방에서 어리버리 하고 있으니 이것 저것 사용법을 알려주고 카운터에 짐 맡기는 것도 알려주신 할머니 등등 매일 매일 많은 배려와 친절을 받았더니 여행이 끝날 때쯤 진짜 마음이 따땃해지더라구요.



평소에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과한 악감정이나 특별한 동경같은 구체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행하면서 느꼈던 소소한 배려와 친절한 태도는 자연스레 그 나라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더라구요. 자신이 조금 손해보더라도 타인을 배려하는 모습에서 우리도 조금은 배울점이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S 물론 100% 모두가 친절한 것은 아니었지요. 때로는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었습니다(예를 들면 나가사키 인포메이션의 두 아주머니들...). 하지만 어느 사회든 사람은 다양하니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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