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옹이의 드라마 속 과학

장영실의 죽음을 막아준 유성우 이야기



요즘 장영실이라는 드라마를 챙겨보는데요, 배경이 되는 시대 자체는 사극에 자주 나오는 소재인 조선 초기입니다. 지금 방영중인 육룡이 나르샤와도 어느정도 시대가 겹치네요. 특별한 점은 과학 사극이라는 부분입니다. 과학과 관련된 이야기가 아주 중요하고도 구체적으로 다루어지고 있어서 나름 신선한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네요. 


저번에 부모님과 같이 장영실을 보는데 '새벽에도 월식이 일어날 수 있는지', '월식은 꼭 보름달이어야 하는지' 그런 것들을 물어보시더라구요. 드라마를 보다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보면 재밌겠다 해서 오늘은 장영실의 목숨을 구해준 유성우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다음은 1월 24일 방영한 장영실 예고편입니다.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장영실이 예고한 시간에 유성우가 나타나야 장영실이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스토리! 결론은 사실 당연하죠~ 유성우가 안나타나서 장영실이 사형당하고 드라마가 끝날 수는 없으니 당연히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태우기 위해 구름이 하늘을 가리다가, 장영실이 죽기 직전 바람에 의해 구름이 물러가면서 우리의 주인공 삼둥이의 아부지께서는 목숨을 부지하게 됩니다. 


예전 선조들은 월식이나 일식, 유성 등의 천문 현상을 인간의 삶과 운명에 연결시키고자 노력하였습니다. 따라서 특이한 기상현상들로 나라의 흥망성쇠를 예측하기도 했었는데요.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멀쩡한 대낮에 해가 사라지거거나, 갑자기 하늘에서 별들이 떨어지는 등의 현상은 태양계의 운동을 이해하고 있지 못했던 옛날 사람들에게는 큰 공포였을테니까요. 해가 사라지다니! 별이 떨어지다니! 이것은 흉조다~ 나라의 망조다~ 하고 생각했던 것이죠. 


드라마 장영실에서도 일식과 월식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태종 이방원이 많은 고민을 하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일식과 월식의 정확한 예측은 하늘이 임금에게 주는 통치 정당성처럼 여겨졌으니까요. 


하늘을 사랑하는 노비, 장영실은 관측을 통해 매년 비슷한 시각에 유성우가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정확한 예측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왜 매년 비슷한 시각 비슷한 위치에서 유성우가 떨어지는 것일까요? 드라마에서는 시기상 아직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고, 태양이 지구를 돌고 있다는 천동설(지구중심설)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정확한 설명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지금부터 저와 함께 유성우가 매년 비슷한 시각에 떨어지는 원리를 알아볼게요.



유성우의 발생 원리



태양 주위에는 다양한 천체가 돌고 있습니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과 같은 행성들은 물론이고, 긴 공전주기를 가지고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만년을 주기로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혜성들도 있습니다. 




혜성은 주로 먼지와 얼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태양과 가까워 지면 태양풍과 태양 복사에 의해 먼지와 얼음이 증발하면서 태양 반대편으로 혜성의 꼬리를 형성합니다. 그리고 그 꼬리로 인해 혜성이 지나간 자리는 혜성의 잔해들이 남겨지게 되는 거죠. 헨젤과 그레텔의 주인공들처럼 과자 부스래기 흘리면서 지나간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그런데 혜성이 태양을 도는 궤도와 지구가 태양을 도는 궤도가 겹치는 구간이 발생할 때가 있습니다. 


위에 그림을 보시면 크고 굵은 원이 혜성이 지나가는 길이고, 작은 실선의 원이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경로입니다. 분홍색 화살표가 있는 지점에서는 혜성과 지구의 경로가 만나게 되죠. 지구는 이 지점을 지나갈 때마다 혜성이 흘리고간(?) 부스러기 입자들을 만나 부딪치게 됩니다. 


그때 지구로 들어오는 혜성의 입자들이 대기랑 충돌하면서 그 마찰로 인해 불타버리며 지구 대기로 떨어지는데, 이것이 우리가 볼 때 아름다운 별똥별 무리로 보이는 것입니다. 이때 혜성이 놓고간 부스래기들은 입자 1개가 아니므로, 많은 수의 혜성 입자들이 대기중으로 떨어지면서 별똥별이 비처럼 쏟아지는 일명 '유성우'가 발생하게 되죠.


따라서 지구가 매년 같은 위치를 지날 때마다 그 자리에 남겨져 있는 혜성의 잔재들을 만나기 때문에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방향에서 유성우가 떨어집니다. 매년 꾸준히 하늘을 관측한 장영실이 유성우의 관측 시간을 예측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물론 태양과 지구와 혜성의 움직임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던 시기이므로 장영실은 그 이유를 정확히는 알 수 없었겠죠. 하지만 그런 시기에 관측을 통해 정확히 예측했다는 것 자체가 천재!



3대 유성우와 2016년 페르세우스 유성우


현재 3대 유성우로 불리는 것이 용자리 유성우(사분의자리 유성우), 페르세우스 유성우, 쌍둥이자리 유성우인데요. 용자리 유성우는 새해 첫 유성우로 1월에,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매년 8월 중순에, 쌍둥이 자리 유성우는 12월 중순에 각각 나타나게 됩니다. 올해 2016년 1월 4일에 이미 용자리 유성우는 한차례 지나갔습니다. 


다음으로 주목할만한 유성우는 8월 12일로 예정된 페르세우스 유성우에요.



올해 여름 페르세우스 별자리 부근에서 관측되는 유성우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찾아보니 8월 12일은 금요일입니다. 그리고 음력으로 7월 10일인데, 새벽이 되면 달도 지는 때이기 때문에 유성우를 관측하기 좋을 것입니다. 드라마에서는 이제 봤으니 직접 밤하늘을 찾아가 유성우를 볼 수 있게 미리 알람 맞춰두세요~! ㅎㅎ




인생 로망을 선물하는 유성우 관측


대학생 때 친구들 몇 명과 학교 천문대에 가서 사자자리 유성우를 관측한 적이 있었어요. 기숙사 이불을 잔뜩 가져가 천문대 옥상에 깔아놓고 누워서 12월 살이 에이는 추위를 견디며 떨어지는 유성우를 밤새 보았습니다. 이때 추위에 떨며 별똥별을 보았던 기억은 제 인생 최고의 로망 중 하나로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네요. 연인이나 친구, 혹은 내 아이나 부모님과 불빛이 많이 없는 곳을 찾아가 별똥별을 보며 추억을 쌓고, 소원을 빌어보시기를 기원합니다. 




아무튼 드라마 장영실을 보며 다양한 과학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접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 같아 좋은 것 같아요. 다음주에는 명나라의 '간의'라는 천문 관측 기기를 직접 관찰하기 위해 장영실이 파견(?)가는 것 같은데요. 아마 조선의 천체 위치 관측 기구 혼천의를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벌써 월요일이 되고 있네요. 즐거운 한 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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