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역사 속에서 담담하게 그 역사를 품고 버틴
창경궁
지난 주말 창경궁에 다녀왔습니다. 창경궁은 아주 아름답거나 웅장한 궁궐은 아닙니다. 막상 가보면 정말 횡~합니다. 사실 몇개의 입구와 침전, 정자들이 전부인데요. 아래 사진은 창경궁의 전경도로, 보시면 사실 제대로된 건물은 몇 채 남아있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제에 의해 점령당한 창경궁
창경원에서 벚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일본이 전쟁에서 패하고 우리나라는 독립하지만, 창경원은 원래의 이름을 되찾지 못합니다. 1950년 동란으로 창경원이 폐관되나, 1954년 우리의 손으로 다시 창경원을 개원하고 동물들을 새로 들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원을 없애는 것이 아까웠던 걸까요? 아니면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은 걸까요? 그리고는 창경원은 1983년까지 일제 시대와 똑같이 독물원, 식물원, 놀이공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죠. 1983년 동물원과 식물원을 서울대공원으로 인계하고, 1986년이 되어서야 드디어 창경궁으로서 복원되어 개방됩니다. 1911년부터 1983년까지 72년간 잃어버렸던 이름을, 해방되고 40년이 지나서야 되찾게 된 것입니다.
창경원에 설치된 케이블카
창경원에서 코끼리를 구경하는 사람들
지난 이야기를 알고 방문한 창경궁은 쓸쓸하고 슬퍼보였습니다. 비록 복원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조선의 궁궐이었다기에는 너무 적은 건물과 비어있는 공간들. 나무들만이 쓸쓸한 공간을 메꾸고 있었습니다.
명정전의 모습
푸른 하늘 아래 고궁의 모습이 아름답죠.
광해군 때 재건되어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명정문
함인정이라는 정자. 한때 영조가 문무과거에서 장원급제한 사람들을 접견하는데 사용했다고 합니다.
한복을 입고 나들이 온 사람들. 보기 좋아요.
통명전. 왕과 왕비의 침전
관천대. 이름과 같이 천체를 관측하는 곳입니다.
+ 이상할 정도로 휘어져 자라나는 나무들
창경궁의 나무들은 궁궐의 고단한 역사를 몸에 품고 자라서인지 대부분 아래처럼 휘어진 모습입니다. 그 휘어진 각도가 매우 커서 받침대 없이 버티고 서있는 것 자체가 신기할 다름이었습니다. 한두 그루도 아니고 많은 수의 나무들이 다 이렇게 휘어 자라는 연유는 무엇때문일까요?
나무가 완전히 대각선으로 자라고 있습니다.
이 나무는 중간에서 기둥이 90도 이상 꺽여서 자라고 있었네요.
입장료는 천원입니다. 24세 이하, 65세 이상이면 무료 입장이구요.
서울 한 가운데서 우리의 슬픈 역사를 담고 있는 창경궁을 방문해서 그 공간에 담긴 이야기에 귀기울여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오래된 건축물은 그 모습보다 그것이 겪어온 시간에 그 가치가 더욱 녹아있는 것 같아요. 우리의 서울이 품고있는 고궁들이 더 사랑받고 소중이 다루어지기를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