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어느 지역을 가든 본전은 찾는 '우동'


규슈 여행을 가서 돌아다니며 느낀 것은 일본 사람들은 정말 우동, 소바, 덮밥류, 돈까스만 먹고 사는 것 같다는 것이 었어요. 물론 대도시에 가면 얼마나 다양한 음식이 많겠냐만은, 우리는 소규모 마을만 돌아다녀서 그런지 대부분의 식당이 우동과 소바였습니다. 식당이 많지 않은 길들을 다닐 때가 많았는데 중간에 만나는 음식점의 80프로는 우동과 소바였던 것 같아요. 제가 지나간 곳들이 유난히 그런 것일수도 있지만, 아무튼 우동은 일본인에게는 한국의 김치찌개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범하게 한끼 먹을 때 그냥 먹는.


평소에 우동을 많이 먹을 일은 없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우동 먹을 일이 많았습니다. 작정해서 간적도 있지만 적당히 끼니를 때울 만한 곳이 없을 때 우동집이 젤 먼저 보여 우동을 먹은적도 있습니다. 근데 왠만한 우동집은 다 맛나더라구요. 3개의 우동집을 포스팅 해보려고 합니다. 한 곳은 한국인에게 너무 잘 알려진 맛집, 한 곳은 소박한 매점 우동, 한 곳은 현지인이 추천해준 숨은 맛집입니다. 



1. 55년 전통이 매력적인 "와타나베도리역 이나바 우동 본점"

51년 개업해서 55년 전통의 역사를 자랑하는 후쿠오카 우동 맛집입니다. 전통적인 일본의 우동맛이라고 해요. 그래서 일본인들이 어렸을 때부터 먹었던 우동의 맛을 보여준다 하더라구요. 후쿠오카에 5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는데 본점은 와타나베도리점입니다. 검색해서 찾아보니 하카타역점이나 텐진점은 세련되고 현대적인 분위기인 반면에 본점은 역시 본점답게 오래되고 푸근한 분위기를 자랑합니다. 딱 우동한그릇 소설에 나오는 우동집 느낌이에요. 


우동은 참 맛있어요! 감탄사가 절로 나오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쫄깃한 면발과 깊은 국물의 맛이 전통적인 우동이 어떤 맛인지 보여줍니다. 하카타역에서 조금 걸어야 하지만 이왕이면 본점에가서 우동 맛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새우튀김 우동입니다.



반숙 계란이 들어간 우동~ 계란을 터트리면 비리지 않고 구수한 국물맛으로 변해요~! 쪼아쪼아!



문제는 메뉴판이 이렇게 일본어 천국! 하지만 걱정은 안하셔두 되요. 바깥에 음식 모형이 있기때문에 그것 보구 고르시면 됩니다.


저렴한 가격입니다.



우동맛 먹으면 먼가 아쉬워~ 유부초밥과 함께!


우엉주먹밥도 함께 냠냠



오래된 외관과 안어울리는 자동문, 일본은 자동문을 참 좋아합니다. 택시도 자동문이라 깜놀!


겉 외관도 전통스럽죠? 그리고 일하시는 할머니께서 너무너무너무 친절하셔서 더 기분이 좋았습니다. 우리가 나올때 고찌소우사마데시따(잘먹었습니다)를 열심히 외워서 외치고 나왔더니 주방장님과 할머니께서 완전 방긋 웃어주셨어용 ㅎㅎ 기분 좋은 기억입니다. 가능하시다면 다른 분점보다 꼭 요 본점을 이용해보시기를 추천합니닷. 사람 많은데서 북적거리게 먹는 것보다는 여유롭고 시간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긴 본점에서 식사하고 싶지 않으신가요?


+ 위치 추가 (와타나베도리역에서 도보 5분거리) 








2. 소박하고 맛있는 한끼 "시마바라항 매점 우동" 

정말 급해서, 식당을 못찾아서 어쩔 수 없이 가게된 항구 매점의 작은 우동 코너입니다. 원래 시마바라 성 옆에 있는 식당 '구조니'라는 곳을 가려고 했는데 휴일이라 못갔어요. 게다가 돌아오는 버스도 못타서 항구까지 걸어오는 바람에 배타기 전까지 시간이 너무 없었습니다. '배' 탈 시간은 10분 남았고, '배'는 너무 고프고 해서(꼬륵꼬륵 눈물나기 직전!!) 항구 매점에 있는 작은 우동 가게에서 우동을 급하게 시켜 먹었습니다. 나오는데 2분 정도 걸렸구요 먹는데는 진짜 4분만에 먹었어요ㅋㅋㅋ 그리고 인생 꿀맛 우동 경험. 역시 최고의 맛집은 배고픔과 굶주림과 고단함에서 온다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매점 우동 퀄리티가 완전 높았어요. 쫀득한 우동 면발! 여기도 참 맛나는 기억입니다.



물론 이곳도 일본어 메뉴판...모르면 그냥 왼쪽에서 두번째 카케우동~ 세번째는 고기우동~! 일본여행 갈 떄 우동과 소바는 꼭 읽을 줄 알아야해요! 그래야 현지 식당을 가서 우동이라도 먹을 수 있음 ㅋㅋㅋ 



고기 우동입니닷!



가장 기본적인 카케우동~!





우동이 있던 자리에는 빈 그릇만... 진짜 깨끗이 먹었습니다. 촬영 시간 보시면... 다먹는데 걸린 시간은 단 4분~! 이와중에 사진찍은 내가 대견대견 ㅎㅎ 먹자 마자 구마모토 행 페리타러 달려갑니다~ 섕~




3. 알려지지 않은, 현지인의 추천 맛집 "다카치호 마라손테이"

다카치호 맛집을 검색하면 거의 다 다카치호 협곡 옆에 '나가시 소멘'이라는 곳을 포스팅하더라구요. 원래는 거기로 가려고 했는데, 우리 숙소 주인장님께서 겨울에 나가시 소면 먹으면 춥다고, 맛있는 우동집을 추천해주셨습니다. 위치는 다카치호 신사 근처에요~ 다카치호 신사 옆에 코스모스라는 드러그 스토어가 있는데 그 앞에 위치합니다. 간판도 못찍고, 메뉴판도 못찍었는데 코스모스 옆에 이 음식점 하나밖에 없으므로 못찾으실 일은 없구요, 가격은 저렴하니 걱정 마세요 ㅎㅎ 영어판 메뉴도 있다는 것!



다카치호가 완전 시골이라 맛집 검색하면 많이 안나오는데요. 이 우동집 완전 강추합니다. 덮밥류도 많이 있어요. 





이름은 몰랐는데 지도로 보니 알겠네요~ 마라손테이라는 식당입니다.




그래서!! 일본 여행 필수 단어 중 하나는 '우동'입니다

うどん



일본에서 작은 마을로 갈 수록 식당이 많지 았습니다(당연하죠?). 식당 바깥에 친절하게 음식 모형이있는 것도 아니고, 메뉴판에 사진이 없는 경우도 많구요. 그 때 가장 무난하게 찾아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이 우동집입니다. 외국인이 우리나라 정읍시 같은 곳을 놀러간다고 생각해보면 찌개, 해장국, 김밥 같은 단어를 알면 평범한 식사를 할 수 있겠죠? 그정도를 모르고 '곱창', '닭발', '산낙지'를 주문하게 된다고 생각하면 완전 패닉일겁니다 ㅋㅋㅋ 3년전인가 일본 여행가서 음식점에 들어갔다가 온통 일본어라 아무거나 시켰다가 메론+연어 비빔밥이 나와서 한숟갈 먹고 포기했던 기억이... 우동만 읽을 줄 안다면 최악은 피할 수 있습니다. 


다니면서 우동집만 엄청 많다고 느낀 이유가 우동말고 다른 음식은 읽을 줄 몰라서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며...ㅎㅎ

오늘의 후기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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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옹이의 드라마 속 과학

장영실의 죽음을 막아준 유성우 이야기



요즘 장영실이라는 드라마를 챙겨보는데요, 배경이 되는 시대 자체는 사극에 자주 나오는 소재인 조선 초기입니다. 지금 방영중인 육룡이 나르샤와도 어느정도 시대가 겹치네요. 특별한 점은 과학 사극이라는 부분입니다. 과학과 관련된 이야기가 아주 중요하고도 구체적으로 다루어지고 있어서 나름 신선한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네요. 


저번에 부모님과 같이 장영실을 보는데 '새벽에도 월식이 일어날 수 있는지', '월식은 꼭 보름달이어야 하는지' 그런 것들을 물어보시더라구요. 드라마를 보다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보면 재밌겠다 해서 오늘은 장영실의 목숨을 구해준 유성우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다음은 1월 24일 방영한 장영실 예고편입니다.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장영실이 예고한 시간에 유성우가 나타나야 장영실이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스토리! 결론은 사실 당연하죠~ 유성우가 안나타나서 장영실이 사형당하고 드라마가 끝날 수는 없으니 당연히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태우기 위해 구름이 하늘을 가리다가, 장영실이 죽기 직전 바람에 의해 구름이 물러가면서 우리의 주인공 삼둥이의 아부지께서는 목숨을 부지하게 됩니다. 


예전 선조들은 월식이나 일식, 유성 등의 천문 현상을 인간의 삶과 운명에 연결시키고자 노력하였습니다. 따라서 특이한 기상현상들로 나라의 흥망성쇠를 예측하기도 했었는데요.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멀쩡한 대낮에 해가 사라지거거나, 갑자기 하늘에서 별들이 떨어지는 등의 현상은 태양계의 운동을 이해하고 있지 못했던 옛날 사람들에게는 큰 공포였을테니까요. 해가 사라지다니! 별이 떨어지다니! 이것은 흉조다~ 나라의 망조다~ 하고 생각했던 것이죠. 


드라마 장영실에서도 일식과 월식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태종 이방원이 많은 고민을 하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일식과 월식의 정확한 예측은 하늘이 임금에게 주는 통치 정당성처럼 여겨졌으니까요. 


하늘을 사랑하는 노비, 장영실은 관측을 통해 매년 비슷한 시각에 유성우가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정확한 예측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왜 매년 비슷한 시각 비슷한 위치에서 유성우가 떨어지는 것일까요? 드라마에서는 시기상 아직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고, 태양이 지구를 돌고 있다는 천동설(지구중심설)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정확한 설명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지금부터 저와 함께 유성우가 매년 비슷한 시각에 떨어지는 원리를 알아볼게요.



유성우의 발생 원리



태양 주위에는 다양한 천체가 돌고 있습니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과 같은 행성들은 물론이고, 긴 공전주기를 가지고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만년을 주기로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혜성들도 있습니다. 




혜성은 주로 먼지와 얼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태양과 가까워 지면 태양풍과 태양 복사에 의해 먼지와 얼음이 증발하면서 태양 반대편으로 혜성의 꼬리를 형성합니다. 그리고 그 꼬리로 인해 혜성이 지나간 자리는 혜성의 잔해들이 남겨지게 되는 거죠. 헨젤과 그레텔의 주인공들처럼 과자 부스래기 흘리면서 지나간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그런데 혜성이 태양을 도는 궤도와 지구가 태양을 도는 궤도가 겹치는 구간이 발생할 때가 있습니다. 


위에 그림을 보시면 크고 굵은 원이 혜성이 지나가는 길이고, 작은 실선의 원이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경로입니다. 분홍색 화살표가 있는 지점에서는 혜성과 지구의 경로가 만나게 되죠. 지구는 이 지점을 지나갈 때마다 혜성이 흘리고간(?) 부스러기 입자들을 만나 부딪치게 됩니다. 


그때 지구로 들어오는 혜성의 입자들이 대기랑 충돌하면서 그 마찰로 인해 불타버리며 지구 대기로 떨어지는데, 이것이 우리가 볼 때 아름다운 별똥별 무리로 보이는 것입니다. 이때 혜성이 놓고간 부스래기들은 입자 1개가 아니므로, 많은 수의 혜성 입자들이 대기중으로 떨어지면서 별똥별이 비처럼 쏟아지는 일명 '유성우'가 발생하게 되죠.


따라서 지구가 매년 같은 위치를 지날 때마다 그 자리에 남겨져 있는 혜성의 잔재들을 만나기 때문에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방향에서 유성우가 떨어집니다. 매년 꾸준히 하늘을 관측한 장영실이 유성우의 관측 시간을 예측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물론 태양과 지구와 혜성의 움직임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던 시기이므로 장영실은 그 이유를 정확히는 알 수 없었겠죠. 하지만 그런 시기에 관측을 통해 정확히 예측했다는 것 자체가 천재!



3대 유성우와 2016년 페르세우스 유성우


현재 3대 유성우로 불리는 것이 용자리 유성우(사분의자리 유성우), 페르세우스 유성우, 쌍둥이자리 유성우인데요. 용자리 유성우는 새해 첫 유성우로 1월에,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매년 8월 중순에, 쌍둥이 자리 유성우는 12월 중순에 각각 나타나게 됩니다. 올해 2016년 1월 4일에 이미 용자리 유성우는 한차례 지나갔습니다. 


다음으로 주목할만한 유성우는 8월 12일로 예정된 페르세우스 유성우에요.



올해 여름 페르세우스 별자리 부근에서 관측되는 유성우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찾아보니 8월 12일은 금요일입니다. 그리고 음력으로 7월 10일인데, 새벽이 되면 달도 지는 때이기 때문에 유성우를 관측하기 좋을 것입니다. 드라마에서는 이제 봤으니 직접 밤하늘을 찾아가 유성우를 볼 수 있게 미리 알람 맞춰두세요~! ㅎㅎ




인생 로망을 선물하는 유성우 관측


대학생 때 친구들 몇 명과 학교 천문대에 가서 사자자리 유성우를 관측한 적이 있었어요. 기숙사 이불을 잔뜩 가져가 천문대 옥상에 깔아놓고 누워서 12월 살이 에이는 추위를 견디며 떨어지는 유성우를 밤새 보았습니다. 이때 추위에 떨며 별똥별을 보았던 기억은 제 인생 최고의 로망 중 하나로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네요. 연인이나 친구, 혹은 내 아이나 부모님과 불빛이 많이 없는 곳을 찾아가 별똥별을 보며 추억을 쌓고, 소원을 빌어보시기를 기원합니다. 




아무튼 드라마 장영실을 보며 다양한 과학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접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 같아 좋은 것 같아요. 다음주에는 명나라의 '간의'라는 천문 관측 기기를 직접 관찰하기 위해 장영실이 파견(?)가는 것 같은데요. 아마 조선의 천체 위치 관측 기구 혼천의를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벌써 월요일이 되고 있네요. 즐거운 한 주 되세요^^~



일본 여행 후기 ① - 일본인, 그 상냥함에 반하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어떤 여행이든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것을 봄으로써 배우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 일본 여행은 저에게 많은 배움과 감동을 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기록하고 싶은 내용은 일본인들의 '친절'에 관한 것입니다. 일본은 여행을 한번 다녀오면 이미지가 많이 좋아지는 나라라고 합니다. 여행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 식당 점원이나 안내원 버스 기사 아저씨들은 물론 지나가는 행인들까지도 친절하고 상냥하게 낯선이를 맞이 해줍니다. 이번 여행에서 이런 상냥함에 몇 번을 크게 감동했네요.




둘째날 아사히 맥주 공장 견학을 가야했는데 예약시간이 늦어 택시를 잡았습니다. 근데 맥주 공장이 근처까지는 차로 가기 쉬운데 바로 앞에서 내리려면 기찻길을 삥~ 둘러서 가야해서 돈이 많이 추가되는 위치에 있었어요. 기사님은 조금만 걸어가라며 적당한 지점에 내려주시려고 하셨는데, 기찻길을 돌아가면 택시비가 많이 추가 되니 이 정도 위치에서 내려 조금만 걸으라는 뜻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딱 봐도 여행자인 우리가 길을 잘 못찾아갈까 걱정 되셨는지 결국은 미터기를 끄고 기차길을 삥 둘러 바로 공장 앞에 세워주셨습니다. 택시는 시간이 돈이잖아요. 목적지까지 손님을 태워다주고 그만큼의 요금을 받는게 직업인데, 일을 하는 와중에 생면부지의 외국인들을 위해 돈을 추가로 받지 않고 목적지 바로 앞에 내려주는 친절은 그냥 겉으로 나오는 것이 아닌 진짜 '배려'로 느껴졌어요. 그러고도 비맞지 말라고 건물 내부에 내려주시고 본인은 돌아서 가셨네요. 말과 문화가 모두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받는 한번의 배려는 큰 감동이 되더라구요. 





또 마지막 날 찜질방을 나와 하카타 역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 엄청나게 많은 눈이 내리면서 도로에 눈이 쌓여 셔틀을 운행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당장 근처에 버스나 지하철이 없는 상황에 택시를 부르려 했더니 택시도 없다는 것입니다. 일단 걸어야겠다 해서 무작정 공항 쪽을 향해 걸었네요. 가끔 택시가 지나갔지만 모두 사람이 타 있었고, 시간이 조금 지나 겨우 빈 택시를 잡아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택시 아저씨가 출발하고서도 미터기를 켜지 않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뒷자석에 앉은 우리는 불안한 눈빛을 주고 받았지요.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아 눈 오는 날이라 택시가 귀한데다, 공항을 향하는 외국인들이니 미터기를 켜지 않고 덤탱이(?)를 씌우려나보다!ㅠㅠ' 사실 한국에서 몇 번 그런 경우를 당한 적이 있었거든요. 택시 잡기 힘든 새벽이나, 시골에서 미터기를 켜지 않고 비싼 요금을 청구한 적이. 그런데 우리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택시는 어느정도 간 후 유턴을 해서 공항 쪽 방향을 향한 다음에야 미터기를 켜더라구요. 목적지에 가는 방향이 된 다음에서야 미터기를 켜신 친절of친절 택시 기사님께 그런 오해를 ㅠㅠ 밖에는 택시 타려고 서성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충분히 손님을 고를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일본 택시는 일관성을 잃지 않더라구요. 택시는 일본을 떠나기 직전까지 우리에게 또다시 감동을 주었습니다. 



버스나 전차 기사님들도 항상 친절 끝판왕이었습니다. 짧은 일본어로 항상 물어보며 탔는데요, 언제나 친절하게 대답해주니 점점 걱정도 줄어들더라구요. 특히 시마바라에서 만난 버스 기사님이 기억에 납니다. 시마바라 항에서 구마모토 행 페리를 타야하는데 2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근처에 시마바라 성을 들렸다 오려했는데 시마바라는 정말 시골이라 버스도 별로 없고, 정보도 많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그 쪽 방향 버스를 잡고 "시마바라 캐슬 유키노 바스 데스카??"를 외쳤습니다. 근데 캐슬을 잘 못알아들으시더라구요. 출발해야하는데 저는 아저씨 말을 못알아듣고, 아저씨는 제 말을 못알아 들으시고, 정말 눈치보이고 난감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성 모양을 손으로 나타내니 기사님도 같이 성 모양을 ㅅ자로 그리면서 바디 랭기지로 소통했습니다. 정차해있기에 짧은 시간은 아니었는데도, 표정 한번 찌푸리지 않고 저와 바디 랭기지로 대화해주신 기사님께 감사를 ㅠㅠ 그리고 마지막에 도착지에서도 안내릴까봐 챙겨주시더라구요. 


저도 제가 일을 해보니 이게 얼마나 힘든건지 알겠습니다. 사람이 놀 때야 여유가 생기지, 사실 직장에서 일할 때는 짜증도 잘 나고 여유도 사라질 때가 많습니다. 일을 하고 계시면서도 그 많은 사람들에게 친절함을 보여주시던 택시와 버스 기사님들, 완전 존경하게 되었답니다. (내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를 외치던 버스아저씨들은 정말 싱기방기)


   

어디를 가나 친절한 직원들의 모습에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 되었습니다. 아사히 맥주 공장 견학을 안내하시던 분의 생글생글하고 씩씩한 모습이 기억이 납니다. 일하면서 어떻게 저렇게 즐거워 보이나 싶었던 분이었네요. 



여행객들이 시외버스를 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기차는 정보라도 정확히 나오는데, 시외버스는 도통 인터넷에 시간표도 잘 안나오고, 정류장 위치도 구글 지도로 안나오고 해서 물어 물어 확인할 일이 많았습니다. 위의 사진은 운젠산에 있는 작은 버스 터미널입니다. 운젠 지옥을 둘러보기전에 이 버스 정류장에서 시마바라까지 가는 버스 시간표를 확인해야 했지요. 안에 계시던 직원은 우리가 손에 들고 있는 쓰레기도 자신이 버려주겠다고 가져가고, 부탁하지 않은 버스 시간표 종이를 쥐어주며 우리에게 또다시 에너지를 팍팍 주셨습니다.  




일본은 봉사와 서비스 문화가 확실한 것 같아요. 이렇게 기차를 타는데도 비가 내리니 우산을 펴들고 끝까지 비를 막아주시던 승무원분. 물론 이런 서비스를 한국에서도 받고 싶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힘들어 보였는데도 계속 웃으며 한 명 한 명 인사해주던 그 에너지에 감동을 받았을 뿐! 



일하시는 분들 뿐만 아니었어요. 하카타 버스 터미널에서 버스 타는 게이트를 몰라 찾는 우리를 위해 뛰어다니며 길을 알아다 준 학생들(마지막에 버스 타니 손도 흔들어주며 인사~>0<), 일본어를 잘 못하는 우리를 위해 대신 콜택시를 불러주신 아저씨, 완전 시골 다카치호에서 길을 잃은 우리에게 자신이 데려다 줄테니 따라오라던 카센터 여자분(결국 너무 미안해서 그렇게는 못했지만), 일본 찜질방에서 어리버리 하고 있으니 이것 저것 사용법을 알려주고 카운터에 짐 맡기는 것도 알려주신 할머니 등등 매일 매일 많은 배려와 친절을 받았더니 여행이 끝날 때쯤 진짜 마음이 따땃해지더라구요.



평소에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과한 악감정이나 특별한 동경같은 구체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행하면서 느꼈던 소소한 배려와 친절한 태도는 자연스레 그 나라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더라구요. 자신이 조금 손해보더라도 타인을 배려하는 모습에서 우리도 조금은 배울점이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S 물론 100% 모두가 친절한 것은 아니었지요. 때로는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었습니다(예를 들면 나가사키 인포메이션의 두 아주머니들...). 하지만 어느 사회든 사람은 다양하니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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